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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학교 탐방

북유럽 학교 탐방기(8)_ 사람, 사회, 세상을 통해 심도 있게 자신을 탐구하는 덴마크 에프터스콜레 Sydvestjyllands Efterskole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한국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14-18세 학생들이 고등학교 진학 이전에 1년에서 2년에 걸쳐 중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기숙학교를 말한다.  북유럽 학교 탐방기(7)에서는 덴마크의 프리스콜레에 대해서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탐방 중 방문했던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람사회세상을 통해 심도 있게 자신을 탐구하는 덴마크의 ‘Sydvestjyllands Efterskole

 

덴마크 Sydvestjyllands Efterskole

 

우리가 방문했던 Sydvestjyllands Efterskole는 1975년에 시작되어 132명의 학생들이 기숙하고 있으며, 9-10학년 학생이 다니는 학교이다. 기숙학교이지만 한 달에 한 번 꼭 주말에는 집에 가야 할 의무가 있으며, 매주 60-80명, 많으면 100여 명이 학교에 남아있다. 보통 에프터스콜레는 특별한 영역에 재능이 있거나 혹은 학교생활, 공부에 어려움이 있는 8-10학년 학생들이 1-2년간 자유롭게 공부하며, 졸업시험을 통해 공립학교와 동일한 자격을 부여받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많이 부각되고 있는 에프터스콜레, 토요일에 방문하였기 때문에, 수업은 없었으나, 이전에 방문했던 덴마크의 자유학교처럼 학생들이 학교 구석구석을 소개해 준 뒤, 전체 학교 설명을 프레젠테이션으로 해주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소개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속해 있던 그룹은 부모님께서도 예전에 이 학교를 다녔던 남학생이 설명해 주었고, 그 학생의 기숙사도 직접 들어가 보았다.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게임CD, 만화책 같은 것이 기숙사 방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았다.
“하루에 몇 시간 게임을 해요?” 대답은 “2시간이요”였다. “한국 학생들은 보통 밤새도록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덴마크 학생들은 안 그런가요?”라고 다시 되물었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저희는 부모님께서 하루에 2시간만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까지 하진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혹시 그러면 기숙사의 게임에 대한 규칙이 있나요?”라고 다시 물어보았다. “보통 학생들의 자유에 맡기는 편이에요. 게임을 하고 싶으며 IT 방에서 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하진 않아요.”라고 답변했다. 계속 물어보는 우리도, 대답하는 학생도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질문과 대답이었던 것 같지만 어렸을 때부터 절제하는 교육을 받았던 덴마크의 문화가 참 신기하면서도 본받고 싶었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에프터스콜레, 졸업하면 공교육과 똑같은 자격을 부여받기 때문에 수업도 오전 수업 4교시, 오후 수업 4교시는 필수 과목들의 수업이었다. 그리고 오후 수업 후, 저녁 먹기 전까지 자유 시간 또는 선택 수업이 가능하다. 이 학교는 6-7명의 장애학생이 있는데 필수 수업 시간 이전까지는 다른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가 이후에는 함께 수업한다고 하였다.

 

덴마크 Sydvestjyllands Efterskole
덴마크 Sydvestjyllands Efterskole

 

또한 음악실도 4곳이나 있었다. 기타, 드럼, 피아노, 전자피아노뿐 아니라, 녹음을 하는 방도 있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교실은 자동차 정비실이었다. 한국에도 시설이 좋은 학교의 경우는 음악실, 미술실, 가사실, 과학실 등 여러 가지 특별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정비실에 자동차가 4-5대, 오토바이, 트랙터 등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자신의 원하는 분야의 직업인과 비슷한 환경이 주어진다면, 학생들의 성장은 기대 이상일 거라고 생각된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용 모양의 강당이라 드래곤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 학교만의 특색 있는 철학과 교육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첫째, 사람, 둘째, 사회, 셋째, 세상 이 세 가지 파트를 중심으로 배우고,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구체적으로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심리학, 가족 관계 등을 통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 담대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중요시하며, 이를 배운 후, 덴마크의 사회, 역사도 배우고, 마지막으로 세계,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이 과정은 시험 대신 이루어지며 심도 있게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였다.

 

또한 학생들에게 이 학교의 장점을 질문하였더니, 모든 학생들이 기독교인이고, 기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껄끄럽지 않게 대화가 가능하고, 친구와 교류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으며,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배우고, 부모님 없이 스스로 생활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규칙이 많이 없는데도 어떻게 질서정연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덴마크의 단어(영어로 통역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를 빗대어서 설명해 주었다.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올바른 행동, 강조를 가져야 한다는 그 단어를 항상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방문했던 날은 수업이 없어서 출발하기 전까지 학생들과 소통하고, 함께 운동도 할 수 있었다. 자유롭지만 질서가 있고, 시험은 없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에프터스콜레,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와 같은 시도가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지친 한국 학생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길 소망한다.  

 

 

※ 본 글은 2017년 1월 방문한 덴마크 에프터스콜레 탐방기입니다. 탐방을 하면서 얻게 된 정보와 함께 개인적인 소감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무단으로 복제, 발췌, 재배포하는 것을 금합니다.